고등학교 수준(상)도덕 문장은 진리 적합성이 없다

김예람
202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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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윤리학의 주요 주제는 ‘선’, ‘올바름’과 같은 도덕 용어에 대한 해명을 바탕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정하는 객관적 근거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윤리학은 오랫동안 그에 대한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이어는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에 관한 문장인 도덕 문장이 진리 적합성, 즉 참 또는 거짓일 수 있다는 성질을 갖지 않는 다는 주장을 펼쳤다. 에이어는 진리 적합성을 갖는 모든 문장은 그 문장에 사용된 단어의 정의를 통해 검증되는 분석적 문장이거나 경험적 관찰에 의해 검증되는 종합적 문장이라는 원리를 바탕으로 도덕 문장은 진리 적합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우선 그는 도덕 문장은 분석적이지 않다는 기존의 논의를 수용했다. ‘선은 A이다.’라는 도덕 문장이 분석적이려면, 술어인 ‘A’가 주어인 ‘선’이라는 개념 속에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선’은 속성이나 내용을 더 이상 분석할 수 없는 단순 개념이므로 해당 문장은 분석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선은 A이다.’라는 도덕 문장이 경험적 관찰로 검증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선’ 그 자체는 우리의 감각으로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덕 문장은 다양한 감정이나 태도를 표현하고 타인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의미를 갖는다고 에이어는 주장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도덕 문장이 진리 적합성을 갖는다고 오해 하는 것은 도덕 용어의 두 가지 용법을 구분하지 못해서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도덕 용어는 감정을 표현하는 표현적 용법으로도, 세계에 관한 어떤 사실을 기술하는 기술적 용법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만약 ‘도둑질은 나쁘다.’가 도둑질이 사회적으로 배척된다는 사실을 기술하는 문장이라면, 이 문장은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에 관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문장은 도덕 문장이 아니고, 경험적으로 검증이 가능하다. 반대로 그 문장이 도둑질에 대한 화자의 감정을 표현한 문장이라면 이는 도덕 문장이며 어떤 사실을 기술한 것이 아니다. 에이어에게는 ‘도둑질은 나쁘다.’와 같은 도덕 문장을 진술하는 것은 감정을 담은 어조로 ‘네가 도둑질을 하다니!’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도덕 문장은 감정을 표현하는 도덕 주체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무언가를 기술할 수 없다. 이는 전통적인 윤리학자들의 기본 가정을 부정하는 급진적 주장이지만 윤리학에 새로운 사고를 열어 준 선구적인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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